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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포럼 제4권 제3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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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전염병 인류학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서울대 인류학과

1. 감염병 유행의 인류학적 접근

(1) 인간의 진화와 병원체 평형 이론, 병원균 병목 현상

저명한 바이러스 학자 네이선 울프(Nathan Wolfe)에 의하면 인간의

주된 질병 중 대부분이 어떤 시점에 동물로부터 기원한 것이다.1) 이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상당수의 신종 감염병은 실제로

동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가축화를 시작한 것은 약 3만

년 전으로, 개를 시작으로 소, 말, 양, 낙타, 고양이 등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을 인간의 곁에서 여러 목적성을 가지고 가축화하였다.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와 관련하여 관심을

많이 받은 낙타는 중동 지방과 중부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 3천 년 전에

가축화되었다. 따라서 이들 가축과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서로 병원체를

주고받았으며, 이러한 여러 세대에 걸친 교환을 통해서 서로 저항력을

획득하게 되었는데 이를 병원체 평형이론이라고 한다. 즉 인간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은 신종 전염병의 일차적인 원인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수백 년 전부터 인구의 급격한 증가 및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육식화는 인간의 수보다 가축의 수를 보다 많이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서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병원체 평형상태가 점차 깨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0년 간 중국의 인구는 7억 9천만 명에서 13억 명으로

증가했을 뿐이지만, 돼지사육두수는 520만 마리에서 5억 8천만 마리,

1) Wolfe, Nathan, "바이러스 폭풍", 2013.,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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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금류 사육두수는 1230만 마리에서 130억 마리로 늘어났다.

사실 인류는 몇 가지 원인에 의해서 근연종에 비해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히 약한 편이다. 빙하기나 화산 폭발 등으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의 개체 수를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시켰으며, 약

73,5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화산의 폭발은 당시 인류의 수를 거의 5천

명 수준까지 감소시켜서 멸종 직전으로 몰고 간 적도 있었다. 또한

인류는 불을 발명한 이후,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는데 이는 개체

수준의 위생을 크게 향상시켰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유입 병원체의 수와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인류는 수 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척박한 사막이나 추운 툰드라 지역 등으로

이동하였고, 이러한 지역은 병원체의 수도 역시 적었기 때문에 노출되는

병원체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세 가지 원인으로 인해서 이른바

병원체 병목 현상이 유발되었다. 따라서 여전히 밀림을 떠나지 않고 있는

침팬지나 고릴라 등 근연종에 비해서 인류는 상당히 적은 수의

병원체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항력도 취약한 편이다. 실제로 인간에게

발생하는 주요 감염병의 약 20%는 영장류에서 유래한다.

(2) 의료인류학적 측면에서의 병원 감염

의학 네메시스를 저술한 의료인류학자이자 가톨릭 사제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의학의 발전이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2) 우리는 발전된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 내 감염과 같은 의료의 부정적 효과에

의해서 희생당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만 매년 2만 명이 원내

감염으로 사망하며, 전세계적으로 약 1500만 명이 병원에서 감염되어 그

중 10%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거대화된 현대식 병원이 오히려

모든 병원체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나 메르스 사태도 대부분의 감염은

2) Illich, Ivan, "Medical nemesis", 1975., Calder & Boy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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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감염 혹은 의료진 감염이었다. 지나치게 집중된 의료시스템이

오히려 신종 감염병이 전파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3) 인구의 도시집중과 신자유주의, 그리고 지구적 이동

신종 감염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로 최근 수백 년 간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약 200년 전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런던밖에 없었지만, 현재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무려

35개에 달한다. 이러한 급격한 도시화는 새로운 지역을 인간의 거주지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낳았으며, 과거에는 인간이 거의 살지 않던 원시적

생태계를 거주지로 편입시키는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움직임은 이른바

적시공급시스템(Just-in-time system)을 확산시켰는데, 이는 적시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공급하여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많아졌고, 이는

새로운 감염병이 전세계로 급격히 전파될 수 있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글로벌화는 경제적으로 이득일 수 있지만, 신종 감염병을 막는 데에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2. 감염병 유행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

(1) 감염병 유행과 사회인류학적 변화

2004년 미국 덴버 시에서 모의 생물테러 훈련이 있었다. 과거 흑사병의

원인이었던 가래톳 페스트균을 테러단체가 시내에 살포하였다. 단

하루만에 783명의 시민이 감염되었고, 2일이 지나자 시내 병원의 약품이

소진되고, 감염병은 영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3일 만에 병원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환자가 발생하였고, 4일이 지나자 감염자는 3700명,

사망자는 2000명에 달했다.

비록 모의훈련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일주일 후에는 식료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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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의 구입이 불가능해지고 묘지가 부족해졌으며, 시체를 옮기기 위해서

정육점의 냉동트럭이 차출되었다. 두려움에 떨던 시민은 고양이나 개를

마구 도살하였고, 구급차 기사나 보건직 공무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덴버 시는 모든 항공, 해상 운송이 중단되었고 경찰관이 감염되기

시작하면서 치안은 공백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사회적 현상이 관찰되었다. 다수의 병원에서

소독약이나 방역품, 치료를 위한 인공호흡기나 체외순환기 등이 부족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으로는 택배 배달이나 택시 운행이 거부되는 일이 일어났고,

메르스와 아무 관련도 없는 동물원의 낙타가 격리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대체 요법이나

한약 등 암시장이 성행하고, 병원이 폐쇄되며 의사는 진료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간호사도 병원을 탈출하며 각종 낙인과 차별이 시작되고

폭동과 시위가 발생한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혹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한약이나 비타민 등을 광고하며 파는 일이

있었다. 또한 일부 간호사는 사직을 하기도 하고, 감염자나 의료인의

자녀가 등교를 거부당하고 신상이 SNS 등을 통해서 낱낱이 전파되는

일이 일어났다.

만약에 대유행기(Pandemic)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모의

연구 등은 이루어져 있지 않으나 과거 역사적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아테네 역병을 기술한 투키디데스는 ‘사람들이 매 순간을

즐기면서 생명과 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릴 것처럼 행동했다’라고

하였다. 오랜 기간 인류가 어렵게 쌓아 올린 공공질서와 문화, 윤리 등

문명사회가 한동안 정체되거나 무너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감염병은 분명 생물학적인 상황이자, 의학적인 관심대상이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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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감염병이 인구 집단에서 급속히 전파될 경우, 더 이상 의학이나

의료의 영역이 아닌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2.5% 이상 감염될 경우를 대유행이라고 정의하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감염병에 취약한 현대사회에서 자주 대유행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2) 감염병 유행 시 나타나는 일반적인 집단적 심리 반응

감염병 유행 시 나타나는 집단 반응은 확산기와 유행기, 소강기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메르스와 관련한 실제 집단 반응 및 언론

보도 등과 관련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메르스 확산기에는 언론에서 주로 메르스 우울증과 메르스

공포증이라는 키워드가 검색되었다. 주로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이 핵심 이슈가 되고, 유언비어와 루머 등이 큰 문제가

되는 시기이다. 유행기에는 격리자의 무단 이탈문제가 주로 회자된다.

또한 격리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점차 자신이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즉 ‘메르스테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증가했다.

소강기에는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보도 및 유족 등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필요성과 관련된 보도가 늘어난다. 또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구조적 재난정신건강지원체계 구축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고 감염자나 유가족, 격리자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논의도

전개된다.

과거 연구 등에 따르면 감염병으로 인한 격리자의 3대 반응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염에 대한 불안, 둘째 현실적인 불편과 고립감에 대한 걱정,

셋째 낙인감이다. 감염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 자신의

감염가능성이 사망가능성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에 시달리고 뉴스보도에

과잉집착하는 경향,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이 나타난다. 현실적인 불편과

고립감은 주로 생업에 대한 걱정과 직장 동료에 대한 미안함, 학업에

대한 걱정, 그리고 실제적인 외로움이나 식수, 식량 부족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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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이다. 격리자의 낙인감은 이웃의 부정적인 눈초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억울함, 분노 등으로 나타난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서 시행한 유족

심리상담에 의하면 주로 우울감과 불면, 분노, 경제적 문제 등이

핵심문제로 파악되었다. 특히 유가족은 죽은 가족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과 세상에 대한 배신감, 공포감, 생계의 어려움에 대한 불안감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3) 사회적 낙인 등에 대한 것은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기로 한다.

3. 감염병 유행에 대한 정신의학적 개입원칙과 대책

(1) 사회적 낙인

인류학적으로 전염병의 사회적 낙인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죽음과

오염은 특정한 집단을 외집단화 하거나 혹은 하위집단으로 전락시키는

강력한 문화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를 촉발시키는데, 제이미 아름트(Jamie Armdt)

등은 백정, 사형집행인, 장의사 등이 통문화적으로 천민계층에 속하거나

혹은 조롱에 대상이 되는 이유를 이러한 죽음의 문화적 코드로 해석했다.

또한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오염과 질병, 불결을

유발하는 모든 자극은 일단 무조건적인 역겨움과 회피반응을 촉발한다고

하였는데, 바로 감염병의 여러 특징이 이러한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이러한 낙인 효과가 인구 집단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는 증거는 불확실하다. 현재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상황,

그리고 직접 접촉인 아닌 감염이나 잠복기가 긴 신종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회피적 심리모듈이

감염확산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과

3)

http://www.mw.go.kr/front_new/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

3&CONT_SEQ=32350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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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에 대한 본능적인 회피, 그리고 그러한 부정 자극을 연상시키는

대상에 대한 배척의 낙인은 상당히 강력한 무의식적 코드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감염자 및 접촉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병원의 의료진 자녀가

귀가할 것을 종용 받은 일이 있었다. 간호사의 남편이 직장에서 잠시 쉴

것을 권유 받은 경우도 있었고, 감염자의 신상이나 주소가 SNS 망을

통해서 널리 퍼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집단적인 병적 반응은 감염자와

접촉자가 스스로 그 사실을 은폐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효과적인 방역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그림1).

그림1. 사회적 낙인과 차별, 불안, 은폐, 감염 확산의 악순환

(2) 감염병 유행에 대한 정신의학적 개입원칙과 대책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에서는

2015년 6월 5일 총 6개항(이후 7개항으로 확대)의 정신의학적 개입원칙을

발표하였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4)및 약물남용과 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 Substance

4) www.cdc.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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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5)의 감염병 관련

지침을 기반으로 하여 국내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였다. 정확한 정보의

선별, 두려움과 불안의 이해, 자신과 주변을 돌보기, 격리자 및 의료진에

대한 지지와 협력 등 네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그림2).

ü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ü 두려움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ü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으세요.

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합니다.

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세요.

ü 격리자와 그 가족을 도와주세요.

ü 의료진과 방역요원에게 잘 협조해 주세요.

이러한 제반 원칙을 기반으로 감염병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건강지침을

발표하였고, 또한 특히 어린이를 둔 부모 및 선생님을 위한 지침을

별도로 발표하였다. 이를 언론 및 각종 SNS를 통해서 배포하였다.

실제로 초기 확산기에 비해서 1-2주 경과하면서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결과 확인되었으며, 이는

정부의 관련 정보 안내와 다양한 형태의 적극적 방역, 그리고 의협 등

격리지침 안내와 심리지원 관련 지침 홍보 및 언론 보도 등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6)

5) www.samhsa.gov

6) 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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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감염병 유행 시 심리적 대응에 관한 네 가지 원칙

4. 재난 이후의 사회적 회복을 위한 인류학적 제언

(1) 공동체 기능의 회복

일반적인 재난과 마찬가지로 감염병에 의한 재난을 복구하는 데에는

재난 자체의 심각성과 별개로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사회경제적 자본은 재난 시 복구속도와 그 후유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재난 이후 식량이나 의료 등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차단되는데, 비축 자원이 빈약한 집단의 피해는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즉 기존의 건강 상태 자체가 이미 사회경제적

수준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해당 문제가 증폭되는 현상이 일어나며,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에는 전반적인 회복 기간도 보다 정체되고

지연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기저의 사회적 갈등이 잠재하고 있던

집단에서는 재난에 의해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더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둘째 시민사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시민사회(civic society)가

활성화된 집단은 보다 낮은 취약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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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기구(NPO, nonprofit organization)와 비정부기구(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종교적 기구(faith-based

organization)등이 이에 속한다. 보다 안정적인 비국가 행위자가 잘

운영되는 사회는, 높은 사회적 지지와 안전한 공동체 공간, 효과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서 기술적 재난의 위험성이 낮아지고, 재난 이후

회복 속도도 빠른 경향을 보인다. 특히 기술적 재난이 일어나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데, 시민사회나 종교적 기구와 같은 비국가

행위자가 정직한 중개자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이를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제도적 개입 외에도 다양한 행위 주체가 협력적인 재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그 사회의 정치와 문화의 수준도 중요한 요인이다. 부분적인

민주체제를 이룬 국가는 재난에 취약하며, 종종 심각한 재난이 정권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라이베리아, 소말리아 등). 심지어는 정치체제가

완전한 경우에도 재난에 취약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불화가 있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의 예를

들 수 있다. 또한 온전한 정치체제의 수립 외에도 원활한 운영이

동반되어야 한다. 문화, 특히 건강과 관련된 믿음체계는 재난 이후 회복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타성과 다양성 등에 대한 강한 사회

규준이 중요한 결정인자이다.

(2) 매스미디어의 역할

감염병 유행 시 빠른 사회적 회복을 위해서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03년 사스 발생 시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행동을 개시하여 경제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미명하에 전염병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 안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언론도 입을 다물었는데,

이는 유례없는 감염병 확산과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다. 또한 당시

홍콩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 병원 당국이 <아수라장이 연출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대중에게 예방책 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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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원내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교육, 그리고 언론의 정보제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반례라고 할 수 있다.7)

현대 사회에는 간호사나 의사가 신종 감염병 관련 정보를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이것이 인터넷 등을 통해서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언론은 정보의 차단을 통한 불안감의 해소라는

관점의 접근보다는,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 개정된 재난 보도 준칙에 의하면 언론의 역할에 방재와

복구기능을 부여하고 있으며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을 검증할 것,

그리고 국민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8)

5. 결론

인류에게 있어서 신종 감염병의 주기적인 대유행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체에 대한 진화인류학적 취약성, 고도 산업사회의

인구밀집형의 도시화, 인구증가, 육식화, 대량 사육 등을 통한 우연감염

증가, 의료인류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와 병원 대형화, 의료의

적시생산시스템 등에 의한 원내 감염 취약성 등은 모두 미래의 감염병

대유행의 가능성을 높이는 교정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러한 감염병

유행 시에는 부적절한 정보와 무지에 의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근거 없는

사회적 낙인과 배척이 일어난다. 또한 낙인과 차별이 유발하는 불안과

두려움은 질병 은폐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여기에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 혹은 부족한 정보제공이라는 상황이 겹치면

재난적인 수준의 집단 공황상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미연에

7) 니키포룩, 앤드류, "대혼란", 2010., 알마8) 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0

Page 12: 메르스와 전염병 인류학nibp.kr/news/2015_03/3.pdf · 2015-09-30 · 생명윤리포럼 제4권 제3호 (2015) - 3 - no.p) /no =>oi 00.) 5 1 µ #lmno `2 a3 gÊø(f*a

국가생명유리정책연구원 정기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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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하기 위해 평소부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을 확대하며, 이타성이나 다양성, 배려, 강한 리더쉽 등 긍정적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감염피해자나

격리자, 유가족, 의료인 등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협력을 통해서, 불가피한

감염병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차별과 낙인을 넘어선 사회적 연대와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