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 한동욱의 건축 DIGEST 서울의 랜드마크, DDP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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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0년 6월 8일 월요일 ┃640호 ‘랜드마크’라는 용어는 이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외래어로, 건축적으로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 표하는 특이한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추상적인 공간 등도 포함한다’ 고 정의된다. 고층 건축이 기술과 자본의 성취를 상징 하게 되면서 랜드마크 하면 대부분 초고층 건축을 떠 올리게 됐지만, 그것보다 도시의 이미지는 도시를 구 성하는 물리적인 환경을 인식하고 연상해 만들어진다 는 점에서 랜드마크는 훨씬 다양한 유형이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남산의 N서울타워를 들기도 하고, 한때 여의도 63빌딩을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 로 들 때도 있었다. 한편, 뉴욕, 파리, 베이징 같은 도 시들과 달리 산들이 자연의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 는 서울의 진정한 랜드마크는 경복궁 뒤의 북악이라 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DDP(동대문디자 인플라자)와 롯데월드타워(Lotte World Tower)의 랜드마크적 성격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각각 우리 나라 최초의 건축적 시도들과 함께 정치적, 경제적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DDP는 1925년 건립, 개장된 이래 60여 년간 명실 상부한 국내 스포츠의 메카이자 역사적 이벤트의 현 장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이 노후화 등의 이유로 더 이 상 스타디움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 라 2007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획돼 탄생하게 된 건축물이다. DDP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하는 데, 하나는 건축물 자체의 조형적 관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부지의 장소적 관점이다. 서울특별시 신청사와 같이, 블로비텍처(Blobitec ture)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DDP는 국제현상공 모 설계경기에서 당선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설계안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을 기초로 건축됐다. 비정형 곡면의 시 공 난이도 때문에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와 같 완성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완 성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에서 DDP로 진입하는 주 진입 선큰 광장에서의 첫인 상은 유동성의 장관이다. 이에 이어지는 곡선 중심의 내부 공간은 기존 국내 건축물들에서 찾아보기 어려 웠던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모든 외부 마감용 패 널들은 각각 다른 곡률과 형태로 제작해 시공한 만큼 DDP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본격적인 비정형 건물 로서, 이 건물의 설계 시공을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 른 새로운 컴퓨터 기반 디자인 툴(tool)을 국내에서 처음 사용하는 등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하이테크 아키텍처(High-tech Architecture)들이 흔히 듣는 평처럼 주변 경관과 이질적이란 이야기들 도 있지만 건축가 자신은 “건축 자체가 지형이 됐다” 고 했다는데, 나름 동감할 만한 언급이라고 생각된다. 층의 구분이 모호한 듯 지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은 회색 매스는 언덕처럼 융기해 이전 동대문운동장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쓰게 하고 있다, 그러나 DDP가 자리 잡은 동대문운동장 터는 원 래 훈련도감(訓鍊都監)의 군영이었던 하도감(下都 監)과 한양 성곽의 터였다. 동대문운동장도 우리 역 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남다르기는 하지만 일제 강 점기 조선 시대 유구 위에 건립됐다는 점에서 DDP 가 목표했던 역사와 문화의 어울림을 위해 어떤 역사 를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DDP는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는 못했다. 동대문운동장의 철거 과정에서 발견된 하 도감 터의 원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원래 성 밖에 있던 유구들을 이전 복원한 것이다. 이는 역사 훼손 과 다름없다는 비판마저 불러일으켰다. 한양 성곽도 하단부만 복원돼 어정쩡한 느낌이다. 결국 유구한 역 사를 가진 세계 어느 도시들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은 역사를 가진 서울의 랜드마크가 몰역사적이라 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초고 층 복합건물로 2010년에 착공을 시작해 2016년 12월 22일에 완공됐다.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우리나라에 서 가장 높은 동시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마 천루이다. ‘마천루’는 하늘을 만질 만큼 높은 건물이 나 탑, 기둥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발전된 초고층 건물인 ‘skyscraper’를 번역한 말이다. 그런데 마천 루가 뉴욕이나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주체 라는 사실은 그것이 자본주의적 랜드마크의 상징이 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Burj Khalifa)나 롯데월드타워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87년에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디자인이 바뀌며 한때 에펠탑을 복제한, 어처구니 없는 디자인이 선보여지기도 했으나 2009년에 현재 와 같은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현재의 디자인은 도 쿄의 롯본기힐스 모리타워와 인천의 송도 동북아 무역타워 등을 설계한 미국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Associates, KPF)사가 담당했는데, 상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타워의 형상은 초고층 건축 물의 전형적인 구조적 형상 중 하나이나 유선형의 수 직선 패턴을 입힌 것은 한국적 오브제로서의 ‘붓’이 표현하는 조형미를 구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의장은 저층부 포디엄 군에도 조각보 패턴의 패널 마 감으로만 바뀌었을 뿐 실루엣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또한 평면에서 옛 서울의 중심부를 향한 축을 두 매스의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틈의 형상으로 표현 해 다시 이 틈은 입면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야간에 는 빛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탈리 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런던의 더 샤드(The Shard; 구 런던 브릿지 타워)와 디자인이 유사하다 는 평도 있지만 롯데월드타워로 서울도 초고층 랜드 마크를 가진 도시가 됐다. DDP와 롯데월드타워는 랜드마크로서 충분한 완 성도와 화제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만의 정체성을 드 러내는 랜드마크라고 하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 DDP와 롯데월드타워 연재기획 - 한동욱의 건축 DIGEST 연재기획 순서 1. 신성한 전경, 명동성당 2. 시간이 머물렀던 공간, 조선총독부 3. 엇갈린 평가, 공간 사옥과 서울특별시청 4. 서울의 랜드마크, DDP와 롯데월드타워 집에서 칵테일을 즐기기 위한 준비의 첫걸음 은 구입 가능한 재료를 파악하는 것이다. 탄산 수나 토닉워터, 진이나 보드카 또는 소주가 재 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재료로 집에서 만 들 수 있는 칵테일에 레몬 스쿼시가 있다. 레몬 이나 라임을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 껍 질을 잘 닦아준다. 세로로 길게 8등분해 컵에 2~4조각을 넣고 머들러나 길쭉한 절구 모양의 도구로 눌러서 즙을 짠다. 이는 레몬 껍질의 향 이 컵 안에 그대로 스며들게 하는 방법인데 이 것이 힘들다면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레몬을 세로로 잡고 즙을 짜 컵에 넣는다. 설탕을 2스 푼 넣고 물 또는 토닉워터를 조금 넣은 다음 살 짝 저으면서 설탕을 녹인다. 내용물이 튀지 않 도록 조심히 얼음을 넣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물 또는 토닉워터를 넣고 살짝 저어준다. 물로 채우면 레모네이드가 되 고 탄산이 있는 토닉워터를 넣었다면 레몬 스 쿼시가 된다. 허브 종류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컵에 애플민 트 10장 내외나 로즈마리 3~5줄기를 넣고 막대 를 이용해서 살짝 눌러 즙을 낸 다음 레몬스쿼 시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이것이 바로 유명 한 모히토의 응용 칵테일이다. 남은 허브로 장식 을 하면 나만의 멋진 칵테일이 된다. 복분자청, 오미자청도 좋은 재료다.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은 다음 청을 밥숟가락으로 1스푼(약 14ml) 넣어줘도 좋다. 너무 달다고 생각된다면 여기에 토닉워터 를 넣는다. 토닉워터가 들어가는 양에 따라 자신 이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만들 수 있다. 티스푼 으로 살짝 저어주면 청이 녹으면서 아름다운 색 깔이 예쁘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볼 썬라이즈 칵테일을 위 해 청 또는 그레나딘 시럽을 준비한다. 집에 있 는 냉커피 전용 컵 또는 길쭉한 컵을 이용한다. 얼음을 채우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은 후 오 렌지주스로 채운다. 왼손으로 숟가락의 등이 보 이게 잡고 컵의 안쪽 벽에 댄다. 청 또는 그레나 딘 시럽을 채운 숟가락을 오른손으로 잡은 다음 왼쪽의 숟가락 등에 조금씩 부어주면 컵의 안쪽 벽을 타고 흘러내려 간다. 비중이 무거운 청 또 는 그레나딘 시럽은 맨 아래로 가라앉고, 그 위 에 증류주와 주스가 있어서 색깔이 분리된 것을 볼 수 있다. 마실 때 긴 티 스푼으로 살짝 저어주 면 색깔이 예쁘게 번지면서 멋진 그라데이션이 연출된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면 막걸리 칵테일에 도 도전할 만하다. 길쭉한 컵에 얼음을 채우고 오미자청이나 그레나딘 시럽 20ml, 복분자주 30ml, 오렌지주스 40ml를 넣고 나머지는 생막 걸리로 채운다. 비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층 층이 예쁜 색깔이 연출된다. 마실 때 살짝 저어 주면 멋지게 그라데이션이 펼쳐지는 막걸리 칵 테일이 된다. 약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증류주를 30~50ml로 넣고 좀 더 강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60ml 이상을 넣어주면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선택할 수 있어 매력 있는 나만의 홈메이드 칵테 일을 만들 수 있다. 수정한잔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칵테일 낙태죄에 대한 한정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에 이 문제를 둘러 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화 <24주>는 상대 적으로 적게 대변하고 있고 누구도 대변하고 있지 않지만, 문제 의 당사인 두 사람(또는 ‘것(thing)’)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바로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과 낙태의 대상이 되는 태아이 다. 이 영화를 보고 현재 시점에서 헌법학자로서 내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낙태에 관한 제도는 ‘그 아이’와 ‘그 아이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는 사실 이다. - 지식산업법학과 김연식 교수 가장 무거운 선택 씨네프로프 Cine + Professor <24주>(2017) -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 “저는 7개월째에 낙태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아스트리드는 둘째 아이를 임신 한 상태다.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 오르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출산 후에도 무대에 설 것이라며 당찬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출산을 세 달 남짓 앞두고, 그 녀와 남편인 마르쿠스는 뱃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 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다운증후군 아 이들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출산을 결심하 지만, 며칠 뒤 아이의 심장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톱으로 뼈를 자르는 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의 상황과 계속되는 지인 들과 대중들의 염려, 그리고 첫째 아이가 보이는 다 운증후군 환자 혐오로 인해 아스트리드는 아이를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그녀의 선택에 반대해 부부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지난해 4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제269조 1항 과 제270조 1항이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 았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의 개정이 이뤄 져야 하는 상황으로, 기한이 만료되면 낙태죄는 폐 지된다. 국내 여성단체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낙태 이후 여성의 삶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 마련 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태 가 한 생명인 태아를 살해하는 것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라며 여전히 반대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 해’와 ‘태아의 생명권 박탈’은 낙태 문제를 두고 현 재까지도 계속 충돌하고 있다. 영화 사이사이 비춰지는 태아의 모습과 카메라를 응시하는 아스트리드의 불안한 시선은 이러한 갈등 을 더욱 고조시킨다. 결국 그녀는 수많은 고민 끝에 낙태를 결정한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낙태를 결정 한 그녀가 비윤리적이라며 손가락질할 것이다. 하지 만 과연 자신의 삶을 위해 아이를 포기한 그녀를 무 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아스트 리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헌법불합치: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 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소연 기자 [email protected] 류중호 한림성심대 외식조리과, 세종사이버대 호텔 관광학부 강사 [email protected] ▲DDP의 곡선 (출처: Unsplash) ▲아래에서 올려다본 롯데월드타워 (출처: Unsplash)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 (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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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20년 6월 8일 월요일 ┃640호학  술

‘랜드마크’라는 용어는 이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외래어로, 건축적으로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

표하는 특이한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추상적인 공간 등도 포함한다’

고 정의된다. 고층 건축이 기술과 자본의 성취를 상징

하게 되면서 랜드마크 하면 대부분 초고층 건축을 떠

올리게 됐지만, 그것보다 도시의 이미지는 도시를 구

성하는 물리적인 환경을 인식하고 연상해 만들어진다

는 점에서 랜드마크는 훨씬 다양한 유형이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남산의 N서울타워를 들기도

하고, 한때 여의도 63빌딩을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

로 들 때도 있었다. 한편, 뉴욕, 파리, 베이징 같은 도

시들과 달리 산들이 자연의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

는 서울의 진정한 랜드마크는 경복궁 뒤의 북악이라

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DDP(동대문디자

인플라자)와 롯데월드타워(Lotte World Tower)의

랜드마크적 성격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각각 우리

나라 최초의 건축적 시도들과 함께 정치적, 경제적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DDP는 1925년 건립, 개장된 이래 60여 년간 명실

상부한 국내 스포츠의 메카이자 역사적 이벤트의 현

장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이 노후화 등의 이유로 더 이

상 스타디움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

라 2007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획돼 탄생하게

된 건축물이다. DDP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하는

데, 하나는 건축물 자체의 조형적 관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부지의 장소적 관점이다.

서울특별시 신청사와 같이, 블로비텍처(Blobitec

ture)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DDP는 국제현상공

모 설계경기에서 당선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설계안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을 기초로 건축됐다. 비정형 곡면의 시

공 난이도 때문에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와 같

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완

성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에서 DDP로 진입하는 주 진입 선큰 광장에서의 첫인

상은 유동성의 장관이다. 이에 이어지는 곡선 중심의

내부 공간은 기존 국내 건축물들에서 찾아보기 어려

웠던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모든 외부 마감용 패

널들은 각각 다른 곡률과 형태로 제작해 시공한 만큼

DDP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본격적인 비정형 건물

로서, 이 건물의 설계 시공을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

른 새로운 컴퓨터 기반 디자인 툴(tool)을 국내에서

처음 사용하는 등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하이테크 아키텍처(High-tech Architecture)들이

흔히 듣는 평처럼 주변 경관과 이질적이란 이야기들

도 있지만 건축가 자신은 “건축 자체가 지형이 됐다”

고 했다는데, 나름 동감할 만한 언급이라고 생각된다.

층의 구분이 모호한 듯 지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은

회색 매스는 언덕처럼 융기해 이전 동대문운동장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쓰게 하고 있다,

그러나 DDP가 자리 잡은 동대문운동장 터는 원

래 훈련도감(訓鍊都監)의 군영이었던 하도감(下都

監)과 한양 성곽의 터였다. 동대문운동장도 우리 역

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남다르기는 하지만 일제 강

점기 조선 시대 유구 위에 건립됐다는 점에서 DDP

가 목표했던 역사와 문화의 어울림을 위해 어떤 역사

를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DDP는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는 못했다. 동대문운동장의 철거 과정에서 발견된 하

도감 터의 원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원래 성 밖에

있던 유구들을 이전 복원한 것이다. 이는 역사 훼손

과 다름없다는 비판마저 불러일으켰다. 한양 성곽도

하단부만 복원돼 어정쩡한 느낌이다. 결국 유구한 역

사를 가진 세계 어느 도시들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은 역사를 가진 서울의 랜드마크가 몰역사적이라

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초고

층 복합건물로 2010년에 착공을 시작해 2016년 12월

22일에 완공됐다.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우리나라에

서 가장 높은 동시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마

천루이다. ‘마천루’는 하늘을 만질 만큼 높은 건물이

나 탑, 기둥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발전된 초고층

건물인 ‘skyscraper’를 번역한 말이다. 그런데 마천

루가 뉴욕이나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주체

라는 사실은 그것이 자본주의적 랜드마크의 상징이

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Burj

Khalifa)나 롯데월드타워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87년에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디자인이 바뀌며 한때 에펠탑을 복제한, 어처구니

없는 디자인이 선보여지기도 했으나 2009년에 현재

와 같은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현재의 디자인은 도

쿄의 롯본기힐스 모리타워와 인천의 송도 동북아

무역타워 등을 설계한 미국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Associates, KPF)사가 담당했는데,

상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타워의 형상은 초고층 건축

물의 전형적인 구조적 형상 중 하나이나 유선형의 수

직선 패턴을 입힌 것은 한국적 오브제로서의 ‘붓’이

표현하는 조형미를 구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의장은 저층부 포디엄 군에도 조각보 패턴의 패널 마

감으로만 바뀌었을 뿐 실루엣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또한 평면에서 옛 서울의 중심부를 향한 축을

두 매스의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틈의 형상으로 표현

해 다시 이 틈은 입면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야간에

는 빛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탈리

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런던의 더 샤드(The

Shard; 구 런던 브릿지 타워)와 디자인이 유사하다

는 평도 있지만 롯데월드타워로 서울도 초고층 랜드

마크를 가진 도시가 됐다.

DDP와 롯데월드타워는 랜드마크로서 충분한 완

성도와 화제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만의 정체성을 드

러내는 랜드마크라고 하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 DDP와 롯데월드타워

연재기획 - 한동욱의 건축 DIGEST

연재기획 순서

1. 신성한 전경, 명동성당

2. 시간이 머물렀던 공간, 조선총독부

3. 엇갈린 평가, 공간 사옥과 서울특별시청

4. 서울의 랜드마크, DDP와 롯데월드타워

집에서 칵테일을 즐기기 위한 준비의 첫걸음

은 구입 가능한 재료를 파악하는 것이다. 탄산

수나 토닉워터, 진이나 보드카 또는 소주가 재

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재료로 집에서 만

들 수 있는 칵테일에 레몬 스쿼시가 있다. 레몬

이나 라임을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 껍

질을 잘 닦아준다. 세로로 길게 8등분해 컵에

2~4조각을 넣고 머들러나 길쭉한 절구 모양의

도구로 눌러서 즙을 짠다. 이는 레몬 껍질의 향

이 컵 안에 그대로 스며들게 하는 방법인데 이

것이 힘들다면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레몬을

세로로 잡고 즙을 짜 컵에 넣는다. 설탕을 2스

푼 넣고 물 또는 토닉워터를 조금 넣은 다음 살

짝 저으면서 설탕을 녹인다. 내용물이 튀지 않

도록 조심히 얼음을 넣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물 또는 토닉워터를 넣고

살짝 저어준다. 물로 채우면 레모네이드가 되

고 탄산이 있는 토닉워터를 넣었다면 레몬 스

쿼시가 된다.

허브 종류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컵에 애플민

트 10장 내외나 로즈마리 3~5줄기를 넣고 막대

를 이용해서 살짝 눌러 즙을 낸 다음 레몬스쿼

시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이것이 바로 유명

한 모히토의 응용 칵테일이다. 남은 허브로 장식

을 하면 나만의 멋진 칵테일이 된다.

복분자청, 오미자청도 좋은 재료다.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은 다음

청을 밥숟가락으로 1스푼(약 14ml) 넣어줘도

좋다. 너무 달다고 생각된다면 여기에 토닉워터

를 넣는다. 토닉워터가 들어가는 양에 따라 자신

이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만들 수 있다. 티스푼

으로 살짝 저어주면 청이 녹으면서 아름다운 색

깔이 예쁘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볼 썬라이즈 칵테일을 위

해 청 또는 그레나딘 시럽을 준비한다. 집에 있

는 냉커피 전용 컵 또는 길쭉한 컵을 이용한다.

얼음을 채우고 소주 또는 증류주를 넣은 후 오

렌지주스로 채운다. 왼손으로 숟가락의 등이 보

이게 잡고 컵의 안쪽 벽에 댄다. 청 또는 그레나

딘 시럽을 채운 숟가락을 오른손으로 잡은 다음

왼쪽의 숟가락 등에 조금씩 부어주면 컵의 안쪽

벽을 타고 흘러내려 간다. 비중이 무거운 청 또

는 그레나딘 시럽은 맨 아래로 가라앉고, 그 위

에 증류주와 주스가 있어서 색깔이 분리된 것을

볼 수 있다. 마실 때 긴 티 스푼으로 살짝 저어주

면 색깔이 예쁘게 번지면서 멋진 그라데이션이

연출된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면 막걸리 칵테일에

도 도전할 만하다. 길쭉한 컵에 얼음을 채우고

오미자청이나 그레나딘 시럽 20ml, 복분자주

30ml, 오렌지주스 40ml를 넣고 나머지는 생막

걸리로 채운다. 비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층

층이 예쁜 색깔이 연출된다. 마실 때 살짝 저어

주면 멋지게 그라데이션이 펼쳐지는 막걸리 칵

테일이 된다. 약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증류주를

30~50ml로 넣고 좀 더 강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60ml 이상을 넣어주면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선택할 수 있어 매력 있는 나만의 홈메이드 칵테

일을 만들 수 있다.

수정한잔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칵테일

낙태죄에 대한 한정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에 이 문제를 둘러

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화 <24주>는 상대

적으로 적게 대변하고 있고 누구도 대변하고 있지 않지만, 문제

의 당사인 두 사람(또는 ‘것(thing)’)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바로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과 낙태의 대상이 되는 태아이

다. 이 영화를 보고 현재 시점에서 헌법학자로서 내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낙태에 관한 제도는

‘그 아이’와 ‘그 아이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는 사실

이다.

- 지식산업법학과 김연식 교수

가장 무거운 선택

씨네프로프 Cine + Professor

<24주>(2017)

- 앤 조라 베라치드 감독

“저는 7개월째에 낙태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아스트리드는 둘째 아이를 임신

한 상태다.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 오르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출산 후에도 무대에 설 것이라며 당찬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출산을 세 달 남짓 앞두고, 그

녀와 남편인 마르쿠스는 뱃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

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다운증후군 아

이들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출산을 결심하

지만, 며칠 뒤 아이의 심장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톱으로 뼈를 자르는 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의 상황과 계속되는 지인

들과 대중들의 염려, 그리고 첫째 아이가 보이는 다

운증후군 환자 혐오로 인해 아스트리드는 아이를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그녀의 선택에

반대해 부부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지난해 4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제269조 1항

과 제270조 1항이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

았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의 개정이 이뤄

져야 하는 상황으로, 기한이 만료되면 낙태죄는 폐

지된다. 국내 여성단체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낙태

이후 여성의 삶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 마련

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태

가 한 생명인 태아를 살해하는 것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라며 여전히 반대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

해’와 ‘태아의 생명권 박탈’은 낙태 문제를 두고 현

재까지도 계속 충돌하고 있다.

영화 사이사이 비춰지는 태아의 모습과 카메라를

응시하는 아스트리드의 불안한 시선은 이러한 갈등

을 더욱 고조시킨다. 결국 그녀는 수많은 고민 끝에

낙태를 결정한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낙태를 결정

한 그녀가 비윤리적이라며 손가락질할 것이다. 하지

만 과연 자신의 삶을 위해 아이를 포기한 그녀를 무

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아스트

리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헌법불합치: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

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소연 기자 [email protected]

류중호 한림성심대 외식조리과,

세종사이버대 호텔 관광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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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의 곡선 (출처: Unsplash) ▲아래에서 올려다본 롯데월드타워 (출처: Unsplash)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 (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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